본문 바로가기

삶의자취/시와사진

(36)
세월이하도잘가서 '어머니의 시', 노년의 삶을 돌아본다 - 송팔용 세월이하도잘가서 (송승안 엮음 / 송팔용 사진)는 은행나무 아래 어머님의 일기와 시를 엮어 만든 책이다. ​ 이 책은 노년의 어머니가 홀로 고향 집에서 외로움과 싸우며 적었던 '글'을 세상을 떠나신 후, 팔 남매 자녀들이 '일기와 시'로 적힌 글을 책으로 엮어 출판했다. 어머니의 글에서는 팔 남매를 길렀지만, 노면에 의지할 곳 없이 홀로 살아야 한다는 외로움과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에 대한 의연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자식에 대한 원망은 없었다. 죽는 날까지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었던 게지.., '그냥 그렇게 사는 것이 사는 거지 뭐'하며 살았을 것이다. 그리고 3년 전 홀로 고향집에서 돌아가셨다. 은행나무가 있는 하동 신덕 마을은 지리산골 마을로 12가구가 사는 아주 작은 시골이다. 내가 태어..
[詩]나이가 들면, '회춘'을 꿈꾼다 생(生)의 절반을 돌아, 원점으로 가는 초입 길에 들어선 나이... 나이가 들면서 느린 듯...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지난날의 시간을 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어느 날 문득, 수십 년을 만나왔던 사람들과 수십 년을 해 왔던 일들이 사는데 꼭 필요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고, 필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그 간단한 진리를 깨닫게 되면서... 혼자 노는 것, 혼자 일하는 것, 혼자 생각하는 것들에 익숙해지고, 이제는 혼자서 하는 것들이 좋아지기까지 했다.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싫어하는 것은 하지 않고, 힘들면 쉬었다 가고, 빨리 가기보다 천천히 걸어가고, 앞만 보고 걷기보다 돌아보고 걸으며, ​ 말을 하기 보다 듣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으니... 거꾸로 가는 시간에 즐거움이 있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
어머니, 무거운 짐은 이제 놓고 가세요 내일이면 어머님께서 떠난 지 49일 되는 날입니다 50대 후반부터 지난 20여 년을 손녀 돌본다고 고생만 하시고.. 어찌 그 고마움을 말로 다 할 수 있겠습니까 살아 계실 때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못내 후회스럽습니다 손녀가 아닌 친 자식으로 키우신 사랑... 아이들은 어른이 되었지만, 그것이 얼마나 어려웠을지 이해나 할까 싶네요 언제나 동심의 마음을 간직하고 사셨기에 살면서 가슴에 담아두고 살아야 했던 속상한 일들이 얼마나많았을까 생각하다 보면 이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그렇게 차곡차곡 담아 두시며 사시더니만 떠나가실 때도 꺼내 놓지도 않으시고 보따리에 쌓아, 살며시 조용히 누구도 모르게 가져가신 어머니 사소한 것에 투정하고 사소한 것에 집착하는 저희들의 모습이 부끄..
이 길이 진짜 '길'인 갑다 무작정 걷고 싶어, 나는 길었던 '길'을 같이 걷자고 했다. 처음에는 그냥 그 '길'을 걸어주더니.. 언제부턴가 "왜? 이 '길'이 좋으냐?"며 물었다. 어떤 깊은 '사연'이라도 있어 보였나 보다. 따지고 보면 세상사 '사연' 없는 '일'이 있으랴.. 같이 걸을 때는 '사연'을 만들고, 혼자 걸은 때는 '사연'을 생각하는 것이 '인간'인 것을.. 요즘, 나는 참 단조롭게 산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아침부터 자정 넘께까지 참 다이나믹한 일상을 살았던 것 같다. 다이어리에 빽빽하게 적힌 일정을 보며, 뿌듯해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다섯 손가락으로 세어도,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다 셀 수 있다. 정확히 말해, 세고도 한 손가락이 남을 정도다. 딱 1년 사이.. 나의 일상은 '강아지와 산책, 하루 5시간..
12명의 어머니 중 5명만 남았네 12가구가 사는 동네, 오늘 또 어르신 한분이 하늘나라로 가셨다. 5시간여를 달려가 도착한 장례식장, 마지막 가는 길에 인사를 드렸다. 16살 어린 시절에 하동 신덕 마을로 시집 와서 살았던 12명의 어머님들은 70년을 친구로 사셨던 분들이다. 이제는 5명의 어머니만 남았다... 먼저 간 사람이 행복하다며 부러워하는 남아 있는 어머니들... 사는 것과 죽는 것이 어쩌면 같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떠나야 하는 날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어머니들의 일상... 따져보면, 우리의 다음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원하지 않지만 언젠가 겪어야 하는 일 그렇게 떠나야 하는 세상에 살면서 왜 이리 욕심나는 게 많은지.. ... ... 살아서 남겨진 5명의 어머니들... 바쁘다는 핑계로 인사도 못하고 마을을 떠나 왔다. 다음에..
떠나는 순간을 위한 준비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 장례식을 '가족장'으로 치루기로 했다. 하동이라는 거리가 멀기도 하고, 남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 좋을 듯 싶어서 였다. 또한, 아버지가 살아 있을 때야 친인척과의 왕래가 잦았지만 돌아가신 후로는 거의 연락이 없었기 때문이다. 번잡한 장례식장 보다 ..
어머니와 은행나무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연락은 받은 날 아침. 그날이 특별한 것은 남북의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는 날이었다. 아침에 TV 중계를 보고 있는 중에 연락을 받았다. 돌아가신 후, 어머니의 일기에는 오늘을 '새롭고 좋은 세상을 만드는 날'이라고 적혀 있었다. [ 어머니와 은행나무 ] 아침 ..
노인정 양념 통닭 하동 신덕마을, 나는 시골로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고 내려갔다. 진교에 들러 '양념통닭' 2개를 주문했다. 무료한 일상에 도망칠 곳이라곤 마을회관 뿐. 언제나 마을 회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할머니들이 이방인의 방문에 얼마나 좋아할까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 그날 왜 진작에 이런 일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