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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자취/시와사진

노인정 양념 통닭



하동 신덕마을, 나는 시골로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고 내려갔다. 진교에 들러 '양념통닭' 2개를 주문했다. 무료한 일상에 도망칠 곳이라곤 마을회관 뿐. 언제나 마을 회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할머니들이 이방인의 방문에 얼마나 좋아할까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 그날 왜 진작에 이런 일을 자주 하지 않았는지 반성해 보았다. 아주 사소한 것에 행복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모르고 사는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생각했다. 이제 앞을 보고 뛰어가는 것 보다, 뒤를 돌아보며 걸어가야 겠다고 생각했다.



[양념통닭]


86세 할머니가 된 어머니

양념 통닭 두 마리를 사서 마을회관에 갔다.

모두들 누워 계신다.


10세에 시집와 70년 넘게

12가구 작은 마을에서 서로 봐왔던 터라

무슨 할 말이 많겠냐 마는 

조용히 누워들 계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하다.


갑자기 방문한 이방인의 모습에 

놀라 하면서도 

손 한번 잡아보자며 반가워 하는 얼굴을 보니 

한결 기분은 좋아졌다.


그 옛날 모두들 어려운 형편에 

자식들 키운다고 먹고 싶은 음식도 못 드셨던 어머니들.

그렇게 자란 자식은 

그 자식은 그 자식이 좋아하는 것에 관심이 있고, 

정작 그 어머니는 챙기지 못하니 

이것이 '불효'아닌가 생각해 본다.



2018.2.2

아콤파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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