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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자취/시와사진

세월이하도잘가서 '어머니의 시', 노년의 삶을 돌아본다 - 송팔용

 

 

세월이하도잘가서 (송승안 엮음 / 송팔용 사진)는 은행나무 아래 어머님의 일기와 시를 엮어 만든 책이다.

이 책은 노년의 어머니가 홀로 고향 집에서 외로움과 싸우며 적었던 '글'을 세상을 떠나신 후, 팔 남매 자녀들이 '일기와 시'로 적힌 글을 책으로 엮어 출판했다.

 

 

세월이하도잘가서 - 20210509 풍경 / 송팔용

 

어머니의 글에서는 팔 남매를 길렀지만, 노면에 의지할 곳 없이 홀로 살아야 한다는 외로움과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에 대한 의연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자식에 대한 원망은 없었다.

 

 

죽는 날까지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었던 게지.., '그냥 그렇게 사는 것이 사는 거지 뭐'하며 살았을 것이다. 그리고 3년 전 홀로 고향집에서 돌아가셨다.

 

은행나무가 있는 하동 신덕 마을은 지리산골 마을로 12가구가 사는 아주 작은 시골이다. 내가 태어난 시기, 50년 전에도 12가구였고, 지금도 12가구가 살고 있다.

 

결혼할 당시, 일제 징용에 끌려갔다 돌아온 아버지와 인연을 맺고, 팔 남매를 낳고 길렀던 곳이다.

 

 

세월이하도잘가서 - 하동신덕 은행나무. 내가 이 나무를 좋아하는 이유는 초등학교 3학년 시절, 한 체만 살았던 윗담 작은골에서 아랫담로 이사를 왔을 때 심었던 나무이기 때문이다. 유년을 같이 보낸 나무.., 그래서 내 동무나 마찬가지다. 사회인이 되고서도 힘들고 지친 일이 있으면 종종 찾아 위로를 받았던 곳이기도 하다. 30년이 지나고서부터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든든한 동무가 되어주었고, 동네 어머니들의 쉼터가 되어 주었다. 그렇게 10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어머니도, 동네 어머님들도 없다. 녹슨 대문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 여행발자국동행 송팔용

 

세월이하도잘가서 - "은행나무와 치자꽃은 다시 피었지만..,"
세월이하도잘가서 - 어머니의 시 주인공 김임순 어머니, "걸을 수 있어 좋다아이가..," /여행발자국동행 송팔용

 

 

마을 한가운데로 들어서면, 나와 동갑내기인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있다.

제법 큰 은행나무는 마을 노인들의 놀이터였다. 그렇게 앉아 하루를 보내며, 수년간 자식을 떠나보낸 어머니들이 무료한 시간을 보냈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3년이 지난 어느 날(2021.5.8) 시골에 들렀더니, 은행나무 아래에는 동네 어머니들은 오간데 없고, 대청과 빨간 의자도 없었다.

올해 아흔인 뒷집 철구 형님의 어머니는 다리에 힘이 없어 엎어져 엉치뼈를 다쳐 병원에 입원했더니 담낭암 말기라 했단다. 아마도 병원에서 나오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하는 형의 얼굴에 쓸쓸함이 느껴졌다. 또 다른 어머니의 단짝 친구였던 기현이 엄마를 뵈러 갔더니, 다리에 힘이 없어 부엌에서 출입문까지 기어 와서 반갑게 맞아준다. 몇 개월을 넘게 집 밖을 나가 보지 못했단다. 다행히 기한이 형 어머니는 휠체어를 끌고 집 대문 밖에 한두 번 나왔다 들어갈 정도라고 했는데, 코로나로 직접 뵙고 인사도 드리지 못했다.

 

 

세월이하도잘가서 - 은행나무아래이야기 풍경 / 여행발자국동행 송팔용

 

신덕길 41 / 은핸나무가 있는 집

 그러게...,

 

 

어머니는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세상을 떠났고, 다른 어머니들도 이제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시골에 가면 은행나무 아래서 어머니들과 이야기하는 재미가 있었는데.., 돌아오는 길 내내 옛 생각에 가슴이 먹먹했다.

 

어머니에 대한 생각은 세상 사는 모든 사람들이 다 똑같으리라 싶다. 어렸을 때는 어려 몰랐고, 컷을 때는 살기 바빠 모르다가, 세상 떠난 후에야 비로소 당신에 대한 애틋함에 눈물이 흐르니 말이다.

 

만약, 당신의 어머님이 살아 계신다면, '세월이 하도 잘 가서'라는 책으로 말미암아 부모님과 일상에 대한 생각을 공감하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

 

 

세울이하도잘가서 - 여행발자국동행 송팔용

 

 

그리고 부모님과 사진도 많이 찍어 기억에 남겨두면 좋을 듯싶다.

 

 

 

2021.5.10

여행발자국동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