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걷고 싶어, 나는 길었던 '길'을 같이 걷자고 했다.
처음에는 그냥 그 '길'을 걸어주더니.. 언제부턴가 "왜? 이 '길'이 좋으냐?"며 물었다. 어떤 깊은 '사연'이라도 있어 보였나 보다.
따지고 보면 세상사 '사연' 없는 '일'이 있으랴..
같이 걸을 때는 '사연'을 만들고, 혼자 걸은 때는 '사연'을 생각하는 것이 '인간'인 것을..
요즘, 나는 참 단조롭게 산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아침부터 자정 넘께까지 참 다이나믹한 일상을 살았던 것 같다.
다이어리에 빽빽하게 적힌 일정을 보며, 뿌듯해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다섯 손가락으로 세어도,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다 셀 수 있다.
정확히 말해,
세고도 한 손가락이 남을 정도다.
딱 1년 사이..
나의 일상은 '강아지와 산책, 하루 5시간 일, 탁구 치기, 막걸리 마시기'가 전부다.
그리고.. 없다.
아니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다.
시간이 많이 남을 법도 한데 남지도 않는다.
희한한 것은 1년이 지난 지금,
정작 내 '삶'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
느리게 걷는 법을 터득했나 보다.
그런데..
문득, 걷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일상에 한 가지 일을 추가했다.
진짜 '길(road)'을 걷는 것이다.
온전히 그곳에 나를 남기며,
느리게.. 느리게..
2020.07.06 여행발자국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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