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의자취/시와사진

어머니의 옛 구노량 이야기




어머니를 모시고 남해대교를 갔다.


몇 번이고 들었던

옛 이야기를

또 들려 달라 졸랐다.


일제시대 구 노량 앞 바다에는

부산으로 가는 큰 배가 들어왔다 한다.


너무 커서 작은 배를 타고 가서야

큰 배에 올랐다고 ..

여섯 시간만에 부산에 도착했기에

배에서 먹을 주먹밥 준비해서

가면서 먹었던 이야기.


하동 신덕 작은골에서

손수레를 끌고

3시간을 걸어 구 노량에서

복숭아를 팔았던 이야기.


종일 팔다 남으면

가져 가자는 어머니와

떨이로 팔고 가자는

큰 아들과의 실랑이 싸움 이야기.


아버지가 징용으로 끌려갔던 일과

일본에서 탈출한 이야기.


몇 십년이 흘러

보상금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일주일 후

돌아가셨어 못 받은 이야기.


나는 이런 이야기들을

몇번을 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희안하게도

언제나 느낌이 새로웠다.


..


그런데,

오늘은 좀 다르다.


어머니는 납골당 아버지를 보시고

'이제는 당신 곁으로 갈 날이 다 된 듯 하다'며,

그때는 싸우지 말자고 하시는 말이

슬프게 한다.


다른 땐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화를 냈겠지만

오늘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알면서도 모른척 해야하는

당신의 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당신은 자식을 낳고 기르며

수 없이 손과 발,

얼굴을 만져 주었을 텐데,


나는 지금

당신의 손과 얼굴을

만지면서도 어색해 한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냥 아무말 없이

당신곁에 함께 있어 주는 것,

아닐까?



2017.8.25

아콤파냐레





'삶의자취 > 시와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인정 양념 통닭  (0) 2018.06.18
자유롭지 못한 선택  (0) 2018.06.18
어머니를 웃게 하는 방법  (0) 2018.05.29
가을 전어와 어머니  (0) 2018.05.28
길의 중간  (0) 2018.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