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의자취/시와사진

가을 전어와 어머니



우리는 언제나 어머니를 생각하면 마음이 따듯해진다. 하지만 왜? 살아 생전에 이런 마음을 어머님께 표현하지 못할까? 감정 숨기기에 익숙한 우리.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지 벌써 1개월이 지났다. 그리고 지난 시절 어머니와 있었던 추억의 '시'를 정리하며 감정에 익숙하지 못한 내 자신을 반성해 본다.





- 가을전어와 어머니 - 


학교를 마치고 집에오면 제일 먼저 했던 것이

소를 끌고 뚝방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그렇게 오후 나절을 보내고

석양이 하늘을 붉게 물 들일 때쯤

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동네 가득 전어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어찌 그리도 냄새가 좋았던지

군침에 연신 침을 삼켰던 기억이 선하다.

사십 후반을 훌쩍 넘긴 지금

그 옛날 유년 시절을 생각하면

참 세상이 빨리 변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전어냄새가 그 만큼 구수하게 느껴지지 않는게

아마 그놈 보다 더 구수한 냄새들에

익숙해져서일게다.



새벽에 어머님이 시장보러 가자고 한다.

가을 전어가 나왔을 거라며...

다 큰 자식에게도 먹이고 싶은가 보다.


'먹어도 될라나? 

한참 콜레라 때문에 찾는 이가 없다는데

'ㄸㅗㅇ값'이라는데...'


무슨 헛소리~! 

장에 가서 본 전어 값은 '금 값'이었다.

하여튼 언론은 믿을게 못된다.


한 마리에 천원 꼴이다.


고기 내장을 뺐던가?

뼈에서 부터 내장까지 먹는 고기가 전어란다.


기억까지 가물가물한게 분명 나는 나이를 먹었다.

후각도 시각도 기억력도 ㅉㅉ

노릇노릇 익어가는 은빛 전어를 굽는다.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 졌다.

눈에 눈물이 고인다.


그 옛날 부뚜막 앞에 쭈구리고 앉아

숯불에 전어를 구우며

어머니께서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전어구이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은 있는데

어머님께서 먹었던 모습은 본 기억은 없다.


오늘 또...

당신의 자식이 좋아했다고,

또 전어를 사서 먹이겠단다.

.....


하지만 오늘은 어머니를 먼저 드려야 겠다.

드시는 모습을 기억에 담아 두어야 겠다.


밥상에 올려드리며 말했다.

"전어는 뜨거울 때 먹어야 제맛이라던데

뜨거울 때 빨랑 드셔"

어머니께서 웃으시며 말했다.

"그래도 한끼란다"


한끼였기에 지금껏 주는 것에만 익숙했을까?



2016.9.18

아콤파냐레






'삶의자취 > 시와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머니의 옛 구노량 이야기  (0) 2018.06.15
어머니를 웃게 하는 방법  (0) 2018.05.29
길의 중간  (0) 2018.05.25
어머니  (0) 2018.05.24
'입춘' 아침산책  (0) 2018.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