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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자취/시와사진

어머니



한창 더거운 여름이었던 기억이 되는군요. 병원에 계시는 어머니를 모시고 고향인 하동 신덕마을에 갔습니다. 그리고 내가 유년시기를 보냈던 작은골, 어머니가 팔남매를 키웠던 단 한채만 살았던 곳을 찾았습니다. 어머니께서 그리워할 것 같아 차를 태우고 그곳으로 갔습니다. 수 십년 동안 아무도 살지 않는 작은골 우물가에서 앉아 있는데, 뒤산 너머 살고 계신 동갑내기 친척 어머니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두분이 얼마나 반가워 하시든지 .. 하지만 서로 주고 받는 말이 가슴을 아프게 하더군요.


"오늘 보고 언제 또 보지? 

다시 볼 수 있을까?

마지막일지도 모르겠네.

건강하게나."


어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돌아오는 길 ..

참 발걸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자식의 도리라 생각해서 시골을 가야겠다고 다짐하고 출발했건만 ..



- 어머니 -



어머님!


아직 '엄마'라고

불러보지도 못한 막내입니다


오늘 잠이 오지 않네요


서울에서 하동까지


갑자기 생각이 나서

시골집으로 내려가야 겠다고 출발은 했는데.


멀다며, 피곤하다며

다시 돌아가라는 어머니의 말에

다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팔 남매를 키웠지만

정작 당신이 힘들 때

곁에 있어 주는 이 없군요


당신은 이 상황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생각해 봅니다.


언제부턴가

당신의

눈을 보면 슬픔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때 부터 였던가


시골 촌놈에게

어울리지 않는,

아직도 쑥스럽게 느껴지는 

어색한 말을 하게 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이것 밖에 없어서일 겁니다


"사랑합니다. 어머니"




2015.7.7

아콤파냐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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