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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자취/나만의풍경

가짜시계 무한가치

나에게는 가짜시계가 하나 있다. 아침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다 나의 가짜시계가 생각이 났다.

왜 하필이면 토요일 아침에 이런 생각을 했을까. 그것도 볼일을 보다 말이다.

사람들은 자신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아니 보여지기를 원한다?

아니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을 원한다? 아니아니 모르겠다.

 

몇녀전 중국 여행때 이미테이션 시계 하나를 샀다. 아주 근사한 시계였다.

이건 시간을 볼려고 있는게 아니라 완전한 손목 악세서리의 하나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몇번을 차다보니 안쪽 도금이 버껴졌다.

하는 수 없이 보관상태로 놔두고 한참을 잊고 지냈다.

물론, 그 와중에 나는 4만원짜리 시계를 하나 사서 차고 다녔다.

그러든 중 어느날 서랍장에 있는 가짜시계를 봤다.

차고 싶어졌다. 그날을 몇몇 사람들을 만나는 날, 한편으로 가짜시계를 차고 간다는게 좀 찝찝했지만

맘이 끌리니 어찌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ㅋ

그런데 그날~!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있는게 아니라 시계에 관심을 보였다.

시선이 시계에 가 있는 듯한 느낌.

자연 대화도 시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의 가짜시계는 피아트시계, 갑자기 시가 2백만원이 훨씬 넘는 시계가 되어 버렸다.

다들 좋은 시계라고 하는데 내가 궂이 가짜시계라고 할 필요가 있었겠는가 ㅎㅎ

 

그날 나는 자신감이 붙었는지 모든 일이 슬슬 잘 풀렸다.

그 이후로 나는 중요한 일이 있을 때나 강의가 있을 때 나의 가짜시계를 차고 나간다.

그러면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긴다 ㅋ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을 즐기고 있었다.

 

나의 가짜시계에 대해 고백해야 겠다.

나의 가짜시계 가격은 2백만원의 고가 시계가 아니라 단돈 1만원짜리 시계이다.

5만원 달라는 것을 돈 없다고 1만원에 팔라해서 산 중국산 가짜시계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 가짜시계에 관심을 주는 것일까?

 

몇일전 일이다. 더 이상한 일은 이 가짜시계를 가짤고 해도 사람들이 믿질 않는 다는 것이다.

1만원이 2백만원의 가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 미천한 인간은 도저히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

 

가짜시계의 위력~!

사람들은 가질 수 없는 것에 동경을 한다. 

그리고 그 동경심 건너편에는 이런것을 자신이 인정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보여지는 것 만이 진실은 아니다. 그런데 진실은 뭘까?

 

내 스스로 토요일 아침 볼일을 보며 깊은 시름을 하다 나의 가짜시계를 생각했나 보다.

나의 가짜시계~!

여하간 참 우스운 세상이다. 아니 재미 있는 세상이다. 살아볼만한 세상이다.

 

2012.4.28일 토요일 아침에

 

송팔용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