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시 '세월이 하도 잘 가서', 어머니께서 홀로 적적함과 외로움을 글로 적어 남긴 글 중, 두 번째 이야기 '힘도 없고 밥맛도 없네'
힘도 없고 밥맛도 없네
힘도 없고 밥 맛도 없다
살아 나갈일이 큰일이다
이만큼 산 것도 많이 살았는데
그래도 더 살끼라고 매일 죽만 먹다가
오늘은 밥을 삶아 먹었다
이런게 사는 거지 싶다
먹고 싶은게 많이 있지만
사 먹지 못하니
돈이 있으면 무엇하리
누가 맛이 있는 것
먹으러 가자 하는 사람도 없고
배는 고프고
서러워 눈물만 글썽거린다
교회에 가면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둘러앉아 식사를 해서 좋다
어제는 보건소에 가서
영양 주사를 맞았다
오늘은 고전면 체육대회를 한다.
4일간 바람이 분다
그래도 체육대회에 가서 식사를 했다.
뷔페식이다.
할망탱구가 먹는 거만 밝힌다 할까 봐
호박죽만 두 그릇 먹었나 보다
맛있는 게 많았지만 먹지 못했다
4월이면 봄인데 겨울 날씨만큼 춥다
늙고 병드니 할 일이라고는 기다림 밖에 없다.
- 세월이하도잘가서, 어머니의 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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