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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자취/시와사진

[어머니의 시] 힘도 없고 밥맛도 없네 - 세월이 하도 잘가서 (2)

어머니의 시 '세월이 하도 잘 가서', 어머니께서 홀로 적적함과 외로움을 글로 적어 남긴 글 중, 두 번째 이야기 '힘도 없고 밥맛도 없네'

 

세월이 하도 잘가서 - 여름이면 은행나무 아래 평상에는 온 종일 동네 어르신들이 모여 놀았다.
세월이 하도 잘가서 -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같이 노셨던 어르신들도 한분 두분 저 세상으로 떠나시고.., 시간이 지나, 지금은 녹슨 대문만 남았다.
세월이 하도 잘가서 - 모두들 떠난 은행나무 그늘, 대청은 오간데 없고, 지금은 녹슨 대문만이 남아 먹먹한 감정이 앞선다.
세월이 하도 잘가서 ▼하동 신덕 은행나무 집을 지킨 어머니는 팔남매를 길렀고, 쓸쓸함과 외로움에 느즈막히 염소 한마리를 키우며 그렇게 좋아 하셨다. 키우는 재미가 있다나...

 

힘도 없고 밥맛도 없네

 

힘도 없고 밥 맛도 없다

살아 나갈일이 큰일이다

이만큼 산 것도 많이 살았는데

그래도 더 살끼라고 매일 죽만 먹다가

오늘은 밥을 삶아 먹었다

이런게 사는 거지 싶다

먹고 싶은게 많이 있지만

사 먹지 못하니

돈이 있으면 무엇하리

누가 맛이 있는 것

먹으러 가자 하는 사람도 없고

배는 고프고

서러워 눈물만 글썽거린다

교회에 가면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둘러앉아 식사를 해서 좋다

어제는 보건소에 가서

영양 주사를 맞았다

오늘은 고전면 체육대회를 한다.

4일간 바람이 분다

그래도 체육대회에 가서 식사를 했다.

뷔페식이다.

할망탱구가 먹는 거만 밝힌다 할까 봐

호박죽만 두 그릇 먹었나 보다

맛있는 게 많았지만 먹지 못했다

4월이면 봄인데 겨울 날씨만큼 춥다

늙고 병드니 할 일이라고는 기다림 밖에 없다.

- 세월이하도잘가서, 어머니의 시 중에서 -


#세월이하도잘가서 #여행발자국동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