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여행 해안 트레킹을 하기 위해 찾은 '윤선도의 섬'.. 보길도
고산 윤선도는 이곳 생활을 이렇게 표현했단다.
"물외가경(物外佳競) 물외한인(物外閒人)".
'세상 밖인 듯 아름다운 경치, 세상 밖에 사는 한가로운 사람', 세상의 헛된 욕심일랑 갖지 말고, 세상 밖에 사는 듯, 한가로운 사람으로 살다 가시오.
그래서 윤선도는 세상 밖인 듯 아름다운 경치를 가진 보길도에서, 자연과 벗 삼아 살았나 보다.
"보길도로 트레킹이나 갈까?"라는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다음 날 우리는 여행을 떠났다.
큰 딸 유진이도 합세. 평일의 1박 2일 여행이라 그런지.. 해남 땅끝 선착장에서 노화도(보길도)로 가는 배에는 달랑 우리 가족과 몇 명만 탔을 뿐이다. #보길도 #1박2일여행
보길도로 가기 위해서는 노화도 선착장에서 교통편을 이용해 이동해야 한다.
노화도에서 노화대교를 건너면 보길도.
섬이라 음식 사는 것이 어렵다는 말을 듣고, 대교를 건너기 전, 농협 하나로 마트에서 장을 보았고, 노화 전통시장에서 광어회를 샀다.
한 마리에 50,000원.. 어느 곳이나 가격이 비슷했다. 좀 비싸다 싶었지만, 4명이 먹어도 남을 정도였다. #노화전통시장 #맛집추천
숙박은 보길도 게스트하우스를 찾던 중, 예송리 해수욕장 주변에 깨끗하고 스파가 있는 블랙스톤 펜션을 찾았고, 전화로 예약을 했다.
게스트하우스는 인당 25,000원 3명이면 75,000원 하지만 시설은 민박 수준, 럭셔리한 블랙스톤 1박은 120,000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보길도숙박 #숙박추천 #블랙스톤
보길도에 도착하자마자 여정을 풀고, 예송리에서 반대편에 있는 북서쪽 '망끝 전망대, 뾰족산, 공룡알 해변'을 다녀왔다.
뾰족산(보족산)과 공룡알 해변은 섬 여행 트레킹 족들이 '큰구미 해안 트레킹'을 시작하는 구간이다. #공룡알해변
진도에서 본, '세방낙조'의 아름다움을 예상하고 찾은 망끝 전망대.. 아쉽게도 석양은 보지 못했다. #망끝전망대
그날 저녁.. 광어회와 삼겹살로 파티를 했고, 밤하늘의 별을 보며, 스파도 즐겼다.
그리고.. 본격적인 보길도 섬 여행 계획를 세웠다. #보길도여행
※ 보길도 1박 2일 여행계획
① 7시~11시.. 예송리↔큰구미, 큰구미 해안 트레킹 (보길도 격자봉까지 산행을 할까 고민도 했지만..)
② 12시~2시.. 윤선도의 '물외'를 찾아 세연정, 곡수당, 낙서재, 동천석실 둘러보기
③ 3시~4시.. 해남 맛집에서 식사
④ 4시~5시.. 해남 대흥사 또는 해바라기 공원 (해바라기 공원은 아쉽게도 가지 못했지만.. 추천 여행지다..)
먹고 또 먹고.. 그래도 시간은 밤 10시..
서울이면 한창일 시간, 확실히 시골은 시간이 늦게 간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시간이 더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내리막길로 내려가기 때문이라고 했던가?'
그래서 중년의 사람들이 '자연인(人)'을 동경하는지도 모르겠다.
아침 5시 ㅠㅠ 더 자야 할 시간인데.. 시간이 느리게 흘러서일까?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났는데도 더 개운했다.
상쾌한 아침 바람에 바다 냄새가 났다. 하절기 일출 시간은 5시 15분(일몰 시간은 7시 40분 정도).. 처음 알았다. #일출시간 #일몰시간
보길도 섬 여행 트레킹.. 큰구미 해안 트레킹 코스
아침 7시, 예송리 마을 끝에서 시작하는 '보길도 큰구미 해안 트레킹'을 시작했다.
공룡알 해변까지 가고 싶었지만, 돌아오는 교통편이 없어.. 큰구미까지 갔다 돌아오는 왕복 코스를 선택했다.
갔다 돌아오는 길이 지겹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돌아오는 길이 더 아름답게 느껴져, 나의 탁월한 선택에 걸어오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예송 마을에서 약 40분을 걸어가면, 첫 번째 지점인 전망대에 이른다.
전망대에서는 '큰기미 절벽'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나에게 여행은 온전히 그곳에 나를 남겨두고 오는 것이다." -여행발자국동행-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숨을 쉴 때마다 코끝에서 상쾌함이 느껴졌다.
지난밤, 이곳을 거쳐 간 멧돼지들의 흔적, 아침 이슬에 맺힌 거미줄에 얼굴을 휘감는 느낌, 걸음마다 귀를 울리는 사각거리는 풀 소리와 나무들과의 마찰음, 하늘과 바다가 눈에 가득 차 다른 것이 보이지 않는 순간..
바로 이곳이 '세상 밖에 물외(物外)의 공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뜻하지 않는 느낌, 그래서 섬 여행 트레킹이 좋다.
보길도 큰구미 해안 트레킹 코스가 공룡알 해변에서 예송리까지 연결된 것은 최근 일이다.
많은 트레킹 족들이 공룡알 해변에서 예송리까지 가기 위해 왔다가 길이 없어 낭패를 본 경험들을 이야기했는데, 지금은 길이 잘 연결되어 있었다.
예송 마을에서 큰구미까지 가는 길에서 본 경치, 오늘 길에서도 마찬가지.. 내가 본 최고의 경관에서 사진 한 장을 남겼다.
이런 느낌을 이해할 수 있을는지.. 눈이 시릴 정도로 아름다워 눈물이 났다.
지리산 연화선경에서의 느낌과는 사뭇 달랐지만, 시야를 가득 채운 아름다운 풍경을 한눈에 담아 볼 수 있다는 것..
그곳에 내가 서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다.
고산 윤선도가 바둥바둥 살아가는 일상에서 세속의 삶을 버리고 이곳으로 들어와 정착한 이유도 그러하지 않았을까?
생(生)이라는 것이 무척 짧고 무상하기에.. 육체와 정신이 건강할 때, 살아서 보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고자 했던 사람으로..
큰구미 바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중.. 여행 가방에 넣어 둔 '여행용 바이오디톡 샴푸'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우리나라 전 국민에게 좋은 샴푸로 알려질 그날까지~!"
그렇게 한참을 쉬었을까? 돌아갈 실이 걱정되었다.
오늘 길이 험하다고 생각했기에, 함께 갔던 부인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지난 청산도 해안 트레킹에서 느낌이 너무 좋아, 보길도 해안 트레킹을 같이 가자고 제안한 건 '나',
그래서 일말의 책임감을 느껴진 것이다. 하지만 이내 이런 '미안한 감정의 기분'은 사라졌다. 돌아가는 길은 왔던 길과 전혀 색다른 즐거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돌아가는 길은 해안 풍경이 더 아름다웠고, 아침 햇살은 쉼 없이 터지는 사진기 프레시처럼 눈부시게 느껴졌으며, 하늘의 청명함과 바다의 푸르름은 발걸음을 가볍게 했기 때문이다.
보길도 큰구미 해안 트레킹 길이 색다른 것은 또 하나가 있다.
동백나무 숲길이다. 제법 오랫동안 이어지는 길.
분명.. 사연이 있는 특별한 장소리라.
가는 길에서 이곳을 지날 때는 등골이 오싹한 느낌이 들었는데.. 돌아오는 길에서 보니, 회백색 줄기에서 쓸쓸함이 느껴졌다.
동백나무 숲길.. 아무도 살지 않는 그곳에 덩그러니 남아있는 돌담..
분명 얽힌 사련이 있는 곳이리라. (어는 여행객이 동네 분에게 사연을 물었더니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고 했다나..)
내 느낌..
이곳은 '신'이 모여 사는 곳이 아닐까? 예송리 마을에서 이곳으로 오는 초입에 보면, '굿'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 이곳을 두고 이야기한 것이 아닐까 싶다.
돌담 안쪽에는 수백 년이 넘었을 큰 옻나무 한그루가 있고.. 주의에는 회백색의 동백나무 숲이 둘러싸고 있었으며, 앞쪽은 절벽 바위, 뒤쪽은 격자봉..
무속 신앙을 믿는 사람이라면, 이곳은 분명 '신'들이 모여 살기에 딱 좋은 장소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귀신네들~! 편히 쉬소서~!"
지금도 이곳을 생각하면, 팔에 닭살이 돋고, 머리의 입모근이 당겨지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이런 것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人)이라면, '동행인'과 같이 가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다고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귀신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인 것을.. #보길도돌담
[보길도 여행 추가 정보]
■ 보길도 가는 방법은 두 가지
1. 해남 땅끝 선착장(갈두항)에서 노화도(산양진항)으로 가는 방법, 추천 경로다.
2. 완도(화흥포항)에서 노와도(동천항)으로 가는 방법
노화도에서 내리면, 보길도까지는 보길 대교를 이용해 차량으로 이동해야 한다.
■ 땅끝 선착장에서 보길도까지 배 운항시간
땅끝 선착장에서 노화도까지 가는 배는 30분 간격으로 있으며, 완도(부흥포항)에서는 1시간 간격으로 있다.
땅끝 선박 사무소(063-532-5666), 땅끝 매표소(061-536-5688), 산양진 매표소(061-553-6107)
하절기(7:30~18:30), 동절기(7:30~18:00) 30분 간격으로 운항한다. 가고 오는 배 시간의 출발 시간은 동일하다.
■ 땅끝 선착장에서 보길도까지 배 운항요금
편도 요금으로 차량은 승용차 18,000원 승객(대인) 6,500원이다.
#보길도 #섬여행 #여행정보 #섬트레킹 #가볼만한섬 #섬여행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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