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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국내여행

봄날 비박 백패킹 추천 하동 금오산


옛날 경남 하동의 지역 향교 학자들은 '금오산''오'는 '새우 오'를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하늘에서 보면 산의 형체가 '금빛 새우'를 닮았다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금오산의 '오'는 '자라 오(鰲)를 사용하고 있다. 자라와 닮았다고...



경남 하동의 끝자락에 위치해 있는 '금오산'은 새우의 모양을 가지고 있는 산이지만 호랑이가 많이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정기룡 장군의 전기'를 보면, 금오산에서 호랑이 동굴에 들어가서 잠자는 호랑이의 수염을 빼서 가져 왔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런 걸 보면 이곳에 호랑이가 제법 살았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지리산의 끝자락 , 그 정기가 남해 바다와 맞닿은 이곳에서 끝나기에 지리산 호랑이들이 남쪽으로 내려오다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이곳에 모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22018년에 찾은 금오산 정상. 그날 나는 '금오간 비박'을 시도했다. 참 많은 것들을 생각했던 시간이었다. 나이 50살을 넘겼지만 아직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으니, 여행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동 금남에 위치한 금오산. 남해안 인접한 산중에 가장 높은 산이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남해안 전경과 지리산 전경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정상에서 바이오디톡 샴푸 광고 사진도 한장 찍어 보았다.


그리고 또다른 이야기도 있다. 태조 이성계가 지리산에서 호랑이 사냥을 하다 호랑이에게 쫓겨 금오산 자락에 위치한 신덕이라는 마을까지 도망을 치다 목이 말라 우물에 있는 처자에게 물을 달라고 했는데, 그녀는 나그네에게 버드나무잎을 띄워 물을 주었고 후에 왕비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우물은 지금도 '왕후 샘터'로 남아 있다.


유독 하동 금오산이 호랑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전해지는 이유는 상세와 더불어 보존되어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과거 30년 전까지만 해도 금오산은 군사 시설이 있는곳으로 '미사일 부대'가 있었고, 민간인들의 출입이 통제된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남해안의 유일무이한 '해돋이 명소'로 이름이 알려졌고, 2018년 완공된 '금오산 짚라인'으로 경남의 레포츠 명소로도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그리고 여행객들에게는 '금오산 백패킹 비박의 명소'로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지리산 끝자락 경남 하동에 위치한 금오산. 비박하기로 좋은 곳으로 알려진 금오산을 찾았다. 이곳은 '진교'에서 자동차로 정상까지 올라갈 수있는 곳이다.




나는 매번 시골에 오면 어머니를 모시고 금오산을 찾았던 것 같다. 산 정상에서 세상을 내려다 보는 기분이 언제나 상쾌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머니도 무척 좋아했다.


1년전. 어머니를 모시고 정상에 갔을 때였다. 많은 사람들이 비박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고, 다음에 시골에 왔을때 어머님과 함께 비박 경험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불과 1년 사이에 어머니는 히늘나라로 떠나셨다. 그래도 나는 하동에 내려올 때면 이곳 금오산을 찾는다.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이 언제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지난가을 어머님과 함께 금오산을 찾았을 때였다. 천사 날개 앞에서 사진을 찍으셨는데...봄에 천사의 날개를 달고 하늘나라로 가셨다. 그날 금오산에 올라와 사진 끽길 잘했다 싶다. 이곳에 오면 언제나 그 기억이 남아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금오산을 오를 때마다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부부 싸움을 하고 아버지가 집을 나가 금오산을 넘어 사찰에서 1주일간 머물렀던일, 가마니를 깔고 시작했던 동굴에서의 신혼 생활, 첫아이가 태어나자 집을 짓기 위해 구들(방바닥)로 쓸 바위를 찾아 금오산 정상까지왔던 이야기, 징용에 끌려갔다 탈출했던 이야기, 해방과 함께 한국에 와서 고생했던이야기, 6.25전쟁때 인민군과 국군에 입대했던 이야기...' 매번 들었지만 언제나 새롭게 느껴졌던 이야기들이다. 이제 그 옛이야기을 들을 수 없어 아쉬울 뿐이다.

  

그래도 금오산에 올라, 세상을 굽어보며 바람소리를 듣고 있자면 위안이 된다. 그래서 이번에는 금오산 백배킹 비박을 해야겠다는 계획을하고 내려왔다.


시간이 지나며 달라져 가는 남해안의 풍경을 보고 있자면 살아있다는 것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 자신에게 더 충실해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동에 도착했다. 금오산 비박을 위해 준비를 제법 했다. 잠시 잠시 찾았던 정상에서의 경험과 비박의 경험은 무척 많이 달랐다. 가장 큰 차이는 비박 백패킹은 저녁 시간니 되면'시간이 멈춰 버린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시간이 너무 느리게 흘렀다. 그래서 더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지 않은가 싶다.


하동 금오산 비박. 정상에서 바라본 남해안. 이곳은 해돋이 명소로도알려져 1월1일 새벽이면 '인산인해'란다. 사실 이곳이 고향이지만 일출 해돋이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다.   


금오산 비박은 인기 있는 곳이지만, 하동군은 환경파괴로 내가 갔을때는 '비박금지' 아내문이 붙어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술 먹는 사람, 고성을 지르는 사람,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사람들로 문제가 발생되니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비박 금지령이 내려졌지만 마니아들은 끈임없이 찾아오는 듯했다. 오늘도 벌써 몇 팀이 텐트를 치고 해지는 광경을 감상하고 있다. 텐트를 치고 앉아, 소곤곤소곤 이야기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인다. 저렇게 비박을 하면이야 하동군에서 '비박 금지' 안내문을 붙일 이유가 있겠는가 싶다.

   

금오산 야경. 이런 멋진 풍경 때문에 비박 마니아들이 그오산을 찾는다고 한다. 하지만 음주와 고성, 쓰레기 등으로 하동군에서는 비박 백패킹을  금지를 했다는데...비박하시는 분들~! 예절이 지켜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시간이 지난수록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남해의 모습이 정말 장관이었다. 아름다웠다. 밤이 되니 풀벌레 소리와 바람소리가 어우러져 귀를 즐겁게 한다. 힐링 그자체로 눈과 귀가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비박을 즐기는 사람과 이야기를 해  보았더니, 대부분 하늘의 청명함과 자연의 소리때문에 비박을 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곳 금오산 비박은 야경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밤이 깊어질수록 비박 초보인 나에게 난관이 생겼다. 풀벌레 소리는 좋았는데 텐트 구멍을 뚫고 들어온 침입자가 사람을 물고 뜯을 줄이야... 도저히 긴 밤을 이겨낼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망설임 끝에 철수를 결정했다. 아쉬웠지만 언제나 결정은 빠르고 신속해야 한다는 나만의 철칙에 따라, 산을 내려가기로 결정했다. 몇시간 전에 알게 된 앞 텐트의 비박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고 산을 내려왔다.

   


하동 금남 방향에서 금오산을 오르는 등산로 그곳에서 바라보면 광양만과 여수만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부모님이 없는 아무도 살지 않는 시골집에 왔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곳이 집이라더니 그 말이 맞는가 싶다. 산에 있을때는 씻을 필요도 없었고, 양치질도 필요 없었는데, 막상 집에 들어서니 씻어야 한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 이번 기회로 비박 백패킹을 즐겨 볼까 싶다.


금오산 비박을 시도하다 야생 풀벌레 습격으로 부득이 산을 내려와 시골집에서 글을 쓰고 있다.


우연히 블로기 글을 정리하다, 지난 여름에 적어 둔 글들을 보고 새삼 그때의 감흥을 떠올려 본다. 아마 그날이후 나는 여행에서 재미를 느끼는 방법을 터득했는지 모르겠다. 지난 여름부터 2박3일 지리산 종주, 1박2일의 지리산 산행, 1박2일의 소백산, 무등산 산행 등을 다녀왔다. 당일치기 산행에서 1박 2일 산행을 시작했고, 여행 속에서 여유를 찾는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날이 풀리고 봄이 오면 백패킹을 시작해 볼까 한다.


나이가 들면서 알게 된 것 중에 하나가 있다. 남들이야 각자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현자의 삶은 특별한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내린 결론 중 하나가 삶에 충실하는 방법은 '나중에, 준비되면 해야지'가 아니라 '생각날 때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