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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국내여행

어머님의 남해 멸치조림 밥상

'멸치조림'

갈치나 고등어 조림은 우리에게 익숙한 조리 음식이나 멸치로 조림을 한다는 것은 조금은 낯설 것이다. 멸치조림은 남해와 하동지역에서 맛볼 수 있는 이색 음식이다.



초여름 남해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멸치조림


과거 남해와 하동지역에서 먹을거리가 없었던 시절 멸치 젓갈을 담기 위해 샀다가 된장, 고추장과 약간의 양념을 추가해 졸여 만든 별미 음식으로 오로지 상추만 있으면 먹을 수 있는 남해 토속 먹거리였다고 한다.


하동 신덕 은행나무집. 팔 남매의 안식처


하동 시골에 내려오면서 남해 미조항에서 '멸치축제'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어린 시절 먹었던 '멸치조림'을 해 먹자고 이제는 할머니가 된 어머님에게 제안을 했다.


진교 시장. 남해에서 나는 수산물, 건어물등을 살 수 있다.


오늘은 마침 5일장이 서는 날. 아침 일찍 진교 시장으로 갔다. 할머니 사장님들이 분주하시다. 오늘이 대목이라고 한다. 고전, 양보, 남해를 들어 가기전에 시장을 볼 수 있는 지리적 위치 때문에 도회지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멸치조림, 상추에 싸서 먹어야 제맛이다.


어머님이 멸치조림을 하시는 동안 나는 텃밭에 고추, 토마토 등의 모종을 심었고 은행나무 아래 올여름 시골 어르신들이 시원하게 보낼 수 있도록 대청마루를 설치했다.


어머님의 시골밥상


고대하던 시골 밥상 준비 끝. 남해 하동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멸치조림'을 아침의 별미로 먹는 차례.


멸치조림. 서울(?) 사람들은 먹기가 징그럽다고들 하죠.


본격적으로 '멸치조림'으로 아침 식사하기! 멸치조림은 상추에 싸서 그냥 먹는 것이나, 요즘 사람들은 짜게 먹지 않는다고 싱겁게 만드셨다고 한다. 그래서 작년에 만드신 '멸치 젓갈'을 약간 찍어서 먹었다. "아~ 바로 이 맛이다."


할머니가 되어 버린 어머님.


한 평생 12가구 작은 신덕마을에서 74년을 사신 어머님. 14살에 부산에서 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들어와 아버지를 만났고, 결혼해서 74년. 어머님의 인생은 한이 많았겠지만 자식들은 어머님이 계셔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다. 오늘 아침 어머님의 웃음이 어린 14살 소녀 같아 보인다. 


멸치조림으로 한상 가득 배를 채우고 평상에 누워본다.


한 그릇 사발에 퍼 온 밥으로 배를 채우고 나니 세상만사 모든게 좋다. 입맛이 없으시다던 어머님도 한 그릇을 금방 비우신다. 지금부터는 은행나무 아래에서 저 멀리 보이는 '금오산'을 바라보며 초여름을 만끽하는 신선놀음 시간이다! 어머님께서 믹스 커피 두 잔을 타 오셨다. '센스가 있으셔' 

 

나는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자식은 평생 부모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부모가 자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