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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경영/산업지식

히타치의 부활은 과감한 혁신에서 시작

성공적 기업변신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과감한 결단력을 가진 경영자의 힘에 크게 좌우된다. 끊임없이 중장기적으로 주력 사업을 재검토하여 간판 업종이라도 바꿀 수 있어야 하고, 시장에서 활발하게 M&A를 통해 신사업을 개척해야며, 스스로의 실패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지난 2012년 11월29일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히타치제작소가 전력 시스템 사업을 통합하고 인프라 시장 공략을 강화, 독일 지멘스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으로 짜여진 인프라 2강 구도에 새로운 라이벌이 등장하게 됐다. 즉, 히타치가 신시장 개척을 과감하게 시도, 과거의 주력사업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히타치는 ‘폐쇄,정체,무변화’로 대표되는 일본 경제계에서 ‘이단아’ 그룹의 회사로 표현된다. 롤러코스터 같은 성장 궤적부터 그렇다. 1980년대까지 반도체·가전제품으로 세계 시장을 평정한 히타치는 1949년부터 50년간 단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은 일본 최고의 블루칩이었다. 이러한 히타치가 2000년 초에 중장기적 시장 예측과 대응에 부적절하여 기업의 존패 위기에 서게되었다.
급변하는 IT 환경에 늑장 대응하면서 1999년 1000억엔의 적자를 내며 추락했다. 2000년대에는 매년 영업 이익률이 1~2%대에 머물고 2006년부터 4년 연속 적자라는 최악 상황에 내몰렸다. 2008년에는 일본 제조기업을 통틀어 사상 최대 적자(7873억엔·약 10조2000억원)를 내는 등 누적 적자만 1조엔(약 13조원)이 넘었다. 연전연패하는 가전·반도체에다 미국발 금융위기 등으로 전 사업 부문이 곤두박질 쳤다. 침몰하던 히타치가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지난해와 올해 20년 만에 최대 흑자를 연속 경신하며 ‘턴 어라운드’에 성공했다. 102세(歲) 히타치의 기적 같은 부활 비밀을 추적했다.

히타치의 부활 비결

히타치는 939개(국내 340, 해외 599개·올 3월 현재) 계열회사에 종업원 32만명을 둔 일본 최대 복합그룹이다. 사업 영역도 IT에서 전력·건설·재료·금융·물류서비스까지 광범위하다. 그러나 거대 기업 히타치의 '변신력'은 가공할 만하다. 축적된 내부 역량을 토대로 핵심 사업을 재정의하고 글로벌 진출로 위기를 돌파하고 있다.

적자의 원흉이던 자동차 기기와 디지털가전 부문에 대해 전 세계에서 4000여명, 3000여명을 각각 삭감하고 2009년 7월 두 부문을 분사시켰다. 2008년 가을부터 반도체 경기가 악화되자 NEC와 르네사스테크놀로지를 세워 55%이던 지분을 30%로 낮춰 수익 악화를 막았다. 히타치는 전력과 정보산업 시스템 분야에서의 강점을 지렛대로 신흥국을 중심으로 전력·도시개발 같은 사회 인프라 사업을 정조준한다.



돈 안 되는 사업은 포기하고 전력·인프라 등 새 핵심에 집중


변신의 출발점은 '포기'이다. 히타치는 최근 10여년 동안 반도체, 디스플레이, PC와 TV 사업을 모두 포기했다. 이런 '버림'의 진수는 작년 3월 히타치가 미국 웨스턴디지털(WD)에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전문기업인 '히타치 글로벌 스토리지 테크놀로지스(HGST)' 매각에서 드러났다. 2003년 히타치가 IBM의 HDD 사업을 20억5000만달러에 사들여 세운 HGST는 직원만 4만명이 넘는 글로벌 기업이었다.

HGST는 2003년부터 연속 적자를 내다가 2008년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2005년 6월 HGST의 CEO를 맡은 나카니시 히로아키(中西宏明·66·현 히타치그룹 사장)가 경영진 교체와 경쟁사 인력 영입, 생산 효율 개선 같은 노력을 벌인 덕분이다. 흥미로운 것은 매년 이익을 내는 알짜 기업인데도 48억달러를 받고 매각을 결행했다는 점이다.

나카니시 사장은 "HGST는 히타치의 중장기 핵심 사업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치 있을 때 빨리 매각하는 게 우선이다"라고 했다. 기업 재건을 위해 신성장 및 핵심 사업을 확고히 하고 비핵심 사업은 정리한다는 결연한 의지의 발현이다.

TV 사업도 개발 기능만 갖고 관련 기술을 중국·터키 등에 로열티를 받고 수출했다. 올 8월에는 기후(岐阜)현의 TV 생산을 중단해 일본 내 56년 TV 생산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외에 엘피다메모리의 보유 주식 방출, 카시오와의 휴대단말기 사업 통합, 오므론(OMRON)과의 ATM 등 정보기기사업 합병 등으로 사업 합리화에 역량을 쏟고 있다.

히타치는 올 5월 발표한 '중기 경영계획'에서 글로벌화·융합·환경을 키워드로 '사회 이노베이션' 사업을 미래 성장사업으로 키우겠다고 천명했다. 인프라 시스템, 전력 시스템, 정보통신, 철도 시스템, 도시개발, 오토모티브 시스템, 컨슈머 사업을 7대 핵심 사업으로 정했다. 특히 신흥국의 철도·전력 시스템 등 사회 인프라 사업 경쟁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환경도시 건설, 상하수도, 전력망 구축 등 인프라 사업을 겨냥해 2010년부터 올해까지 설비투자비(1조4000억엔·약 18조원)의 70%와 연구개발비(1조2000억엔·약 15조6000억원)의 50%를 인프라 사업에 쏟아붓고 있다. 그 결과 대다수 일본 기업이 고전하는 와중에 히타치는 최대 순이익을 내고 있다. 매출액 비중도 달라져 소비재 부문 매출액은 올해 총매출액의 10%대로 1년 전의 절반으로 줄었다. 인프라 관련 사업은 총매출의 3분의 2, 전체 수익의 80%를 차지한다.

전방위 글로벌화·해외 진출로 승부한다

히타치는 이달 13일 가와무라 다카시(川村隆) 회장과 나카니시 사장을 포함한 13명의 이사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인도 북부 상업도시 델리에서 이사회를 연다. 히타치 역사상 해외에서 이사회 개최는 최초이다. 히타치 관계자는 "중국과 미국에 맞먹는 글로벌 거점으로 부상하는 인도의 중요성을 표명한 것"이라며 "인도는 향후 25년 동안 전력 수요가 지금보다 4배 정도 더 커질 황금 시장이다"라고 했다. 히타치가 미쓰비시(三菱)중공업과 발전사업 부문(원자력 제외)을 2014년 1월 합병하기로 지난달 말 합의한 것도 인도 전력 공급량의 70%를 차지하는 석탄·화력발전 분야의 기술과 시장 선점까지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히타치의 '열린 글로벌화'는 대다수 일본 기업과 확연하게 대비된다. 올 6월 주주총회에서 사상 처음 외국인 사외이사를 2명 발탁하는 등 13명의 이사 가운데 외국인은 3명이다. 같은 글로벌 기업인 도요타(豊田)자동차는 외국인 임원이 전무하다.

히타치는 '글로벌 포지션 1'으로 불리는 120개 해외 핵심 자회사 가운데 100여 개사의 CEO를 외국인으로 교체한다는 방침이다. 작년 7월부터는 도쿄에 '글로벌 인재 본부'를 설립, 자체 '링크드인'으로 임직원 32만명의 경력·희망직무 같은 인적 정보를 일원화하는 파격적인 인재 관리 제도를 도입했다. 특히 5만~6만명의 매니저(과장)급 이상의 관리직을 대상으로 공통 자격 요건을 평가하는 방식을 도입해 언제 어디에서라도 필요한 인력을 자체 글로벌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해 확보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신입사원도 일본의 업무 관행, 문화에 젖기 전에 해외에 보내 해당 지역 핵심 인력으로 조기(早期) 양성한다. 조기 현지화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목표이다. 이를 위해 올 연말까지 해외 인력을 작년보다 3만명 이상 많은 16만명으로 늘리는 동시에 박사급 인력 비율을 30%까지 높이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일본·유럽·미주·중국·동남아에 이어 인도를 추가해 6개 해외 지역 본사를 만들고 '현지 완결형 사업체제'로 공격적인 사업 전개와 수익성 향상에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총매출액 대비 해외 매출 비중을 2010년 43%에서 올 연말까지 50%까지로 높인다는 방침이다.

나카니시 사장의 '탈(脫) 일본·개방형 리더십'

변신의 견인차는 나카니시 히로아키 사장이다. 도쿄대 졸업 후 1970년 히타치에 입사한 '골수 히타치맨'인 그는 미국·유럽 등에서 총괄대표를 지낸 해외파다. 유창한 영어와 개방적인 마인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트레이드 마크이다. 2010년 4월 1일 CEO 취임 당일, 그는 신입사원 환영사를 겸해 영어 연설을 하며 '글로벌 경영'을 향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해 5월 '중기경영계획 설명회'를 비롯해 지금까지 그의 일관된 방점은 '글로벌 최우선(global foremost)'이다.

1979년 스탠퍼드대학에서 1년 만에 컴퓨터공학 석사학위를 받을 만큼 영어가 능숙하고 학구적인 그의 취임 후 히타치의 주가는 지난달 말까지 43% 정도 올랐다. 같은 기간 닛케이 225주가는 14% 정도 하락했다. 나카니시 사장은 "해외 근무에 저항하는 젊은 일본 사원이 늘어도 문제없다. 현지에서 현지인을 채용하면 된다"며 불굴의 의욕을 보이고 있다.

대외 접촉을 꺼리는 일본 CEO들과 반대로 그는 민감한 M&A건에 대해 진솔하게 얘기하는 등 소통에도 뛰어나다. 지난해 리투아니아 원자력발전소 수주와 올해 영국의 고속철도 차량 대량 수주 등을 위해 리투아니아 총리와 영국 교통부 장관 등을 직접 찾아가 마케팅 활동을 벌여 '최고 세일즈 책임자(chief sales officer)'라는 애칭을 얻었다.

의사 결정 속도를 높이기 위해 각 사업부에 의사 결정권을 주고 사업부 리더가 전략·사업계획·수익목표 등을 제시해 그 성과를 본사에 보고하는 식으로 독립성을 보장하는 '컴퍼니 제도'도 도입했다.

나카니시 사장은 히타치의 100년 기업 문화를 밑바닥부터 하나씩 재검토한다는 각오로 올 4월부터는 '히타치 스마트 변신 프로젝트(HSTP)'라는 비용 절감 작업에 착수했다. 2015년까지 기존 인건비와 자재 구입비 등의 5%에 해당하는 총 9조엔(약 124조원)을 줄여 한국·중국 등의 경쟁사보다 취약한 원가 경쟁력을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 신년 메시지에서 "히타치는 '하나의 팀'이다. 우리가 하나로 뭉쳐 세계시장을 개척할 수 있느냐에 히타치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했다. 히타치의 도전과 응전이 주목된다. 


히타치의 부활에서 다시한번 기업의 중장기적 생존은 전략적 사고에서 비롯, 객관적 시장 분석과 기술 개발 발전 방향을 예상하고 그것에 맞는 사업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만 기업의 생존이 보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부분적인 사업에 연연하지 않아야 하며, 현재 수익을 내고 있는 사업이라도 중장기적 측면에서 발전방향과 맥락을 같이 할 수 없다면 철수 할 수 있는 결단력이 필요하기도 하다. 세계 IT시장의 거대 기업들에서 생존 전략을 배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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