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발자국 동행에서 들려주는 유럽의 이탈리아 북부 메라노(Merano, Meran) 가족여행. 이탈리아 마로는 메라노, 독일 말로는 메란. 이 도시는 산으로 둘러 쌓여 있고 외각으로 능선을 따라 트래킹 길이 멋지게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유럽은 트래킹 길이 잘되어 있어 이정표 번호만 잘 기억하면 지도 한장으로 멋진 트래킹을 즐길 수 있다.
메라노는 이탈리아에서 오스트리아 및 스위스로 가기 위해 이곳을 들려야만 하는 곳이다. 하지만 기차를 이용해서 갈 수는 없다. 기차는 볼자노에서 메라노까지, 메라노에서 말스까지만 운행되고 그곳에서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메라노 시내 뒤로 형성되어 있는 나즈막한 산 어기에 메라노에서 유명한 트래킹 산책로가 있다. 이름은 타페이너 (Passeggiaia-Tappeiner-Promenade). 나는 이곳을 아침과 오후 2번을 매일 걸었다. 약 3km 정도의 거리인데 메라노 시내와 알프스 산맥의 경치를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이곳 학생들은 오후 12시부터 2시까지 점심 식사를 한다. 식사는 대부분 집에 가서 하는데 이날 송유진이는 집에 와서 밥을 먹었다. 그리고 점심 식사 시간을 이용해 산책을 했다. 물론, 시간상 중간에서 되돌아 왔지만 이후, 종종 같이 산책을 즐기기도 했다.
산책로 초입에 있는 레스토랑(겨울에는 대부분 문을 닫고 여름에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곳) 정원에 있는 나무 조각상. 근사하지는 않지만 오래된 이 조각상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는 듯해 매번 지날때 마다 마음이 뭉클 했다.
본격적으로 트래킹 길을 따라 걸어보자. 1월의 한 겨울이지만 이곳 메라노의 날씨는 봄날 같다. 맑은 날씨에는 반팔 옷을입고 다닐 정도로 따듯하다. 오후 3시경에 해가 지는데 해가 지고 4시 정도가 되면 밤이 된다. 밤에는 좀 쌀쌀하지만 간혹 집 정원에 야자수가 있다는 것은 이곳의 날씨를 이해하기에 충분하리라.
산책길 곳곳에는 벤치가 있다. 이 지역의 관광객을 위한 베려라 생각된다. 따스한 햇쌀을 받으며 벤치에 안자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모자를 쓰거나 썬크림을 바르는데 이곳 사람들은 한 여름에도 모자를 쓰는 사람이 없다.
도시에서 걸어서 30분이면 한적한 시골 길을 걸을 수 있다. 오전이나 오후에 이 길을 걷고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무언가의 생각에 잠겨 산책하는 모습을 보게된다. 그런 모습에서 지난 시간동안 살아오면서 느끼지 못했던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여행 발자국 동행, 사람들은 제각기 어딘가에 추억을 쌓아 두고자 한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지를 돌 때 사진을 찍는다. 내가 사색하며 걸었던 이곳 풍경을 사진으로나마 담아 삶이라는 인생을 같이 사는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멀리 알프스 산맥의 높다란 산에는 눈이 쌓여 있다. 이곳으로는 케이블카를 이용해서 올라간다. 여름에는 곳곳에 케이블카를 이용하여 산을 올라가서 트래킹을 즐기기도 하지만 겨울에는 몇몇 군데만 이용할 수 있게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메라노에는 메란 2000이라는 곳은 년중 관계없이 케이블카를 이용하여 올라갈 수 있다. 그곳에는 스키와 산악 트래킹을 모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타페이너 트래킹 코스의 중간 중간에는 머라노 시내로 내려 갈 수 있는 길이 있다. 이곳을 내려가서 다운타운 쇼핑을 하기도 하고 시내에 흐르는 강을 따라 산책해서 이곳으로 올라 올 수도 있다.
메라노 트래킹 코스의 곁가지 길을 따라 드로프 티롤(Drof Tirol) 지역으로 올라가는 샛길 등산로도 있다. 가파르지 않고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인 이 길을 따라가면 오래된 합스부르크 왕조 시대부터 내려오는 '성'을 볼 수도 있다. 나는 이곳을 자주 이용한 이유는 이곳에 사과 과수원에서 수확하고 남은 사과를 따 먹을 수 있다는 이유로 종종 이용하곤 했다.
멀리 보이는 곳에 볼자노가 있다. 볼자노에서 이곳 메라노 까지는 기차나 버스를 타고 온다. 벤치에 앉아 바라보고 있자면 수 천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지나갔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본다. 어떤 이는 사랑하는 사람을 찿아 걸었을 것이고, 어떤이는 상인이었을 것이며, 어떤 이는 정복자인 군인들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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