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신덕 마을. 하동쪽으로 지리산 줄기의 마지막 자락에 우뚝 솟은 금오산(약 850m) 골에 위치한 신덕 마을에 집에서 키운 개 해피를 두고온지 벌써 반년이 지났다. 그 사이 해피는 어느집 자식인지 모를 씨 모를 강아지 여섯 마리를 2월초에 낳았고, 이젠 제법 눈을 뜨고 낑낑거리기 까지 한다. 하지만 어머님 말로는 귀는 열리자 않았다 ... 유정이는 한마리 꼭 가져 가자고 때를 쓴다.
2월 9일 아침, 눈을 뜨자 마자 막내 유정이는 시골에 가자고 난리다. 엄마와 큰 언니는 독감에 걸려 몰골이 엉망인데 자기 혼자만이라도 가겠다며 울고 불고, 사정까지도 한다. 제법 이제 컸다고 큰소리까지 하며 왜 가야되는지에 대해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한다. 결혼후 12년만에 처음으로 부인 없이 시골에 가게 된 연유다. 하동 신덕 마을. 생각만 해도 동심의 세계로 빠져드는 곳. 그곳에는 부모님이 있다.
부모들이 자식의 입장에서 자식을 가지게 되면 안다고 했나. 이제 부모의 입장을 다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명절마다 오기 힘들텐데 오지 말라고, 서운하지 않다고 이야기 하지만 정작 자식이 방문하지 않은 고행에서 맞이하는 명절을 보낼때 당신의 가슴이 얼마나 아플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자식에게 주는 것이 아깝지 않은 부모. 세상에 자식에게 뭐가를 줄때 기대를 하고 주는 이가 얼마나 될까? 아마도 없을 것이다. 자신의 아픔까지도 감내하는 부모님의 깊은 마음을 이제 조금 알것 같다.
부모와 자식에 대한 생각을 더 하게 한건 다름아닌 해피가 낳은 6마리 강아지를 볼때 였다. 주인 없는 집에서 혼자서 새끼를 낳고, 밥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상황에서 젖을 주며 키워내고 있던 해피를 보며, 사람이나 짐승이나 자식에 대한 사랑은 끊없는 것이란 생각을 했다. 이것은 본능이리라.
유정이는 종일 집에도 들어오지 않고 강아지하고만 놀았다. 제법 열도 나고 있었던 터라 걱정이 앞섰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혹시나 아플까 걱정하면서 강아지하고 놀지 말라고 했더라면 유정이 한테 얼마나 많은 원망을 들었을까. 강아지를 안고 강아지 집에 머리를 넣어 들어가고, 옷은 강아지 냄새로 진동하고 ... 하지만 싫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더 좋아만 보였다.
옛날 초등학교 3학년때까지 단 한채만 떨어진 집에서 살았던 나. 그곳의 추억은 대부분 혼자서 보낸 기억들 밖에 없다. 산을 올라가기도 하고 오솔길에 있었던 붉은개미와 함께 보냈던 시간, 햇쌀 듬뿍 받는 아랫채 마당에서 흙놀이를 했던 기억들 ... 유정이와 그곳을 돌아보며 이야기를 한다. 물론 재미는 없을 것이란 생각을 하면서도 좀 들어 달라고 때를 쓰며 이야기를 했다. 지금 만약 이곳에서 혼자 살라면 살 수 있을까? 아마도 팔남매를 낳아 기르기 바빴던 부모님은 외롭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을 것 같다. 다행히 도시에서 태어나지 않았기에 부모님의 관심을 받으면 컸지 ... 도시에서 태어 났더라면 고생깨나 했을거란 생각이 든다.
시골에는 부모님과 추억이 있어 좋다. 친구(?)는 없다. 다들 도시에서 산다. 큰형님 친구분들은 퇴직을 하고 하나둘 시골로 돌아 온다고 한다. 근데 형수님들은 오지 않는다고 ... 좀 지나면 어머님도 돌아가시겠지. 그러면 고향에 오는 횟수가 많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시골 고향은 부모님이 있어야만 되는 곳. 하지만 나는 아이들과 항상 이벤트를 만들어 시골 하동 신덕마을에 지금 방문하는 횟수 만큼 오고 싶다.
하동 신덕 마을 우리집 앞에는 은행나무가 있다. 내 나이보다 5살 차이가 나는 나이다. 그렇게 치면 나무 나이가 벌써 40년. 여름에는 이 은행 나무 아래에 동내 어르신들이 모여 화투도 치고 낮잠도 잔다. 하지만 몇년이 지나면 이곳에 앉아 있을 노인네가 몇이나 될까? 올 봄 날씨가 따듯해지면 할머니가 다 되어 버린 어머님께서 이곳에 와 여름을 나시겠지? 유정아 이번 여름에 시골집 은행나무 아래서 고기 구워먹자~~
하동신덕이야기 (송팔용)
http://blog.daum.net/songpy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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