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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이론/경영관리

[시 한편] 늙은 비의 노래 - 마종화 시인

늙은 비의 노래

           

                    詩  마종화


  나이 들면 사는 게 쉬워지는 줄 알았는데
  찬비 내리는 낮은 하늘이 나를 적시고
  한기에 떠는 나뭇잎 되어 나를 흔드네
 
  여기가 희미한 지평의 어디쯤일까
  사선으로 내리는 비 사방의 시야를 막고
  헐벗고 젖은 속세에 말 두 마리 서서
  열리지 않는 입 맞춘 채 함께 잠들려 하네
 
  눈치 빠른 새들은 몇 시쯤 기절에서 깨어나
  시간이 지나가버린 곳으로 날아갈 것인가
  내일도 모레도 없고 늙은 비의 어깨만 보이네
 
  세월이 화살 되어 지나갈 때 물었어야지,
  빗속에 혼자 남은 내 절망이 힘들어할 때
  두꺼운 밤은 내 풋잠을 진정시켜주었고
  나는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편안해졌다.
 
  나중에 사람들은 다 그렇게 사는 것이라고
  안개가 된 늙은 비가 어깨 두드려주었지만
  아, 오늘 다시 우리 가슴을 설레게 하는
  빗속에 섞여 내리는 당신의 지극한 눈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