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등산, 국민대학교를 졸업해서 국민대가 위치한 정릉에서 형제봉으로 올라가 대성문을 돌아 백운대로 가는 산행은 야간산행까지 학창시절(1989년도~)에 몇번을 해 본 경험을 가지고 있어 줄곧 북한산을 제법 안다고 착각을 했다. 또, 지리산이 고향인 덕에 중산리에서 천왕봉은 눈감고도(?) 올라간다는 착각을 가지고 살았던 나는 산에 대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살아왔다. 그런데 몇일전 친구의 제안으로 북한산성터, 구파발에서 올라가는 산행을 제안 받고는 오늘(2013.10.8, 일) 이른 아침 집에서 큰 기대없이 나섰다.
아침 6시에 출발한 산행, 허걱~ 그런데 이거 완전 미쳐버릴 정도였다. 아슬 아슬한 암벽을 기어 올라가며 왠만한 담력으로는 포기 할만한 코스로 친구는 안내를 했고, 나는 스릴에 기절하는줄 알았다. (사실 무서워 뒤 돌아간 코스도 있었으니ㅋ) 기존에 내가 가졌던 북한산에 대한 생각, 한국산에 대한 선입견이 일순간 완전 바뀌는 순간이었다. 사실, 지리산 촌놈이라 한국산은 별것 아니라 생각했고, 이탈리아 북부 알파인 산의 웅장함에 흠뻑 빠져 있었기 때문에 더 그런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여하간 오늘 북한산성 주차장에서 출발, 의상봉을 올라가면서 나의 생각은 완전 바꼈다고나 할까 ...!
의상봉을 찍고, 넓다란 암벽에 기대어 새벽을 넘어 아침이 오는 소리에 막걸리 한잔을 들이키며 살아있다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몇장의 사진을 찍었지만 대부분 산의 각도 기울기가 표현되지 않아 실감 있는 사진을 올리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눈을 옆으로 돌리기 조차 무서울 정도로 아찔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산행의 시간을 감안해서 의상능선에 있는 용출봉과 증취봉 등을 돌아 문수봉에서 대남문을 최종 목적지로 정하고 산성 주차장으로 내려오기로 했다. 5시간 남짖한 산행코스로 적당히 정신과 육체의 긴장을 풀기엔 적당하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이곳은 초보자가 혼자서 올라가기엔 부담스러운 코스이기 때문에 권하고 싶지는 않다. ㅎ~ 나는 이제 담부터는 혼자서 와볼 계획이다. 초행 테이프를 끊었기 때문에 ㅋ
멀리 보이는 서울 시내의 모습이 아침 햇쌀에 눈부시다. 이보다 아름다운 경치가 있을까 싶었다. 건너 백운대와 의상능선 사이로 골바람이 무척 세게 물어 걷는 우리가 휘청거릴 정도였다. 하지만 바람이 상쾌하다고 느낀것은 그 만큼 정신적 즐거움이 충만했기 때문이리라.
한뼘 한뼘 뜨듯이 걸어라며 친구는 몇번이고 암벽을 기어 올라가는 나의 모습이 안스러웠는지 응원을 했다. '지도 촌놈, 내도 촌놈, 똑 같이 촌놈이거마 아이 멘치로 자꾸 말해삐모 겁나 죽껏는데 말을 못해삐게 하는기 딱 지기삐고 싶더라 ㅎ~' 그래도 응원은 응원~! 고맙다 친구야~! 좋은 경험하게 해 줘서.
세상에는 많은 사람이 살아간다. 제각기 서로 다른 얼굴에 서로 다른 생각으로 살아간다. 아마 이 세상에 똑 같은 얼굴, 똑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가? 길을 가다 똑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 놀라기도 한다.
그 수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지구. 그 속에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일들이 너무나 많이 벌어지고 있다. 왜일까? 그냥 지나쳐 걸어가면 될 일인데 자꾸 돌아보고 싶어지고 돌아보기도 한다. 물론, 돌아본다고 변화되는 것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래서 가끔 괴로워한다. 그런데 오늘 이 산을 등산하면서 이런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러다 산사람이 되면 어떻게 하지...?)
정리되지 않는 생각들, 이것은 영원히 정리되지 않을 생각이라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등산으로 잠시 잊었던 세상에 대한 고민들은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영원히 짊어지고 가야하는 숙제가 아닌가 싶다. 바로, 사회적 책임. 내가 받은 가치를 돌려줘야 하는 것은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라 믿기 때문이다.
세상과 더불어,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 끊임없는 고민을 하면서 산다. 이런 고민은 고통이 아니라 즐거움이다.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숨만 쉬고 살아가는 것은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북한산성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1시간30분여 동안 내가 살아가는 이유, 어떻게 살아야 올바로 사는 것인가에 대해 매번 풀리지 않는 깊은 고민을 해보았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미용실 아이펠마르 (www.eifelmaar.co.kr), 08.10.2013, 송팔용 (Song Pal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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